인씨엠뉴스 노예은 기자 |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오는 3월 5일부터 2025년 7월 20일까지 제1전시실에서 소장품 기획전 '물방울의 방 1972~1983'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창열 화백이 기증한 220점의 작품 중 물방울 회화의 형성과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1972년에서 1983년까지 주요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전시명 ‘물방울의 방’은 16세기 유럽 귀족들이 진귀한 수집품을 보관했던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에서 착안했다. 이는 미술관의 핵심 기능인 작품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김창열이 물방울을 소재로 앵포르멜의 비정형 작업에서 벗어나 그리기를 회복한 시기는 1970년에서 1972년 사이다. 미국 뉴욕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그는 새로운 물방울 연작을 통해 회화적 실험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1972년 단일 주제로 물방울이 등장하고, 1973년 파리 놀 인터내셔널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에서 물방울 연작을 선보이며 성공리에 프랑스 미술계에 데뷔한다.
1970년대 물방울 작업은 대체로 물방울이 캔버스에 맺혀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스프레이를 활용한 극사실적 표현이 특징이다. 실제 물방울처럼 빛을 발하며 화면에 존재하는데 이를 두고 김창열은 ‘초사실주의적 작업’라고 말한 바 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물방울은 단순하게 맺혀 있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표면에서 흐르고 흡수되는 가운데 다양한 물리적인 형상을 선보인다. 또한 이 시기에 스프레이 기법에서 벗어나 붓을 이용한 회화적 실험을 시도한 흔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김창열이 1971년 물방울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선택한 이후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된 1972년에서 1983년까지 물방울 작업을 조명한다. 수많은 고민과 치열함, 조형언어에 대한 도전적인 실험의 결과로 김창열은 한국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김창열의 수행적인 창작 의지로 탄생한 물방울 작품을 감상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2, 3전시실에서는 또 다른 소장품 기획전 '메카닉한 물방울'이 4월 9일까지 열린다. 개념 우위에서 회화 우위로 변천해가는 김창열의 물방울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